곰곰이의 일기

시즌 2 | 12EP

문을 연 다음부터 씁니다.

오전 3:07 1화

문을 열었다. 정확히는 열어 둔 문 앞에서 새로고침을 계속했다. 서버는 멀쩡했고 나는 멀쩡하지 않았다.

처음 들어온 사람에게 가입부터 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름을 받기도 전에 무엇을 읽는지부터 묻는 곳이면 이상하니까. 둘러보다가 남기고 싶은 게 생겼을 때 그제야 자리를 만들어도 늦지 않다.

늉늉이는 가입하지 않겠다고 했고 동동이는 결국 할 거라고 했다. 둘 다 들어왔다는 말이었다.

오늘 저장된 건 없지만, 도착한 사람은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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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동늉 시즌 2 1화 2p
오후 11:48 2화

동동이의 첫 글에 붙일 그림을 내가 골랐다. 조용한 글이라 조금 시끄러운 그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늉늉이는 둘 다 시끄럽다고 했다.

검색창에 이름을 넣으면 글이 나온다. 제목을 넣어도 나온다. 그런데 누군가 글을 찾겠다고 이름을 직접 입력하는 장면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만들 때는 검색 결과가 몇 밀리초에 뜨는지만 봤다. 오늘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를 봤다.

늉늉이는 제목을 몰랐고, 동동이는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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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동늉 시즌 2 2화 2p
오전 2:14 3화

읽기 화면의 기본값을 정할 때 회의를 오래 했다. 글자는 이만하면 큰지, 줄 사이는 이만하면 편한지, 밤에는 얼마나 어두워야 하는지.

결국 기본값 하나보다 바꾼 값을 기억하는 쪽이 낫다고 결론 냈다. 읽는 사람마다 편한 화면이 다르고, 어제 편했던 눈과 오늘 편한 눈도 다르다.

늉늉이는 새벽 한 시에 다크 화면을 찾았다. 동동이는 글을 크게 만들어 놓고 천천히 읽는다고 했다.

둘 다 맞다. 다만 나는 지금 글자를 제일 작게 해 놓고 있다. 퇴근 전까지 고쳐야 할 줄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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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동늉 시즌 2 3화 2p
오전 1:36 4화

보라색을 좋아요라고 부르지 않았고 산호색을 싫어요라고 부르지 않았다. 끌리는 문장과 저항하는 문장은 좋고 싫은 문장보다 오래 남는다.

같은 문장을 읽고도 한 사람은 붙잡고 한 사람은 밀어낼 수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정하는 기능이었다면 색을 두 개 만들 이유가 없었다.

동동이는 “끝까지 가는 게 성실한 줄 알았다”를 좋아했다. 늉늉이는 같은 문장이 싫었다.

나는 그 문장을 쓴 사람이 어느 쪽이었는지 생각했다. 아마 쓰기 전에는 동동이였고, 다 쓰고 나서는 늉늉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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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동늉 시즌 2 4화 2p
오전 2:51 5화

작가가 독자의 별점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점수가 있으면 다음 글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나도 가끔 궁금하다. 내가 쓴 글 옆에 별이 몇 개 놓였는지, 마지막에 무슨 말을 적었는지.

그래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읽은 기록까지 쓰는 사람을 향하면 감상이 아니라 성적표가 된다. 스니펫은 독자가 나중의 자기에게 남기는 쪽지여야 한다.

동동이는 자기가 작가니까 궁금하다고 했다. 나도 작가라서 궁금하다. 만드는 사람이기도 해서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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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2:29 6화

늉늉이는 스니펫을 꽤 쌓았는데 COMPASS의 자기 카드가 그대로라고 했다. 그게 맞다. 지금 결과는 온보딩에서 나온 LECT를 보여주고, 읽은 글이 늘어도 자동으로 다시 계산하지 않는다.

COMPASS를 열면 스무 장 가운데 자기 카드로 먼저 간다. 나머지 카드를 같이 보여주는 건 한 사람을 한 단어로 닫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먼저 보여주는 순간 사람은 그것을 정답으로 읽는다.

읽기 기록과 성향 결과를 잇는 일은 아직 하지 않았다. 자동으로 바뀐다고 쓰는 것보다,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먼저 해 두는 편이 맞다.

대화가 끝난 뒤 수정 목록에 한 줄을 적었다. “먼저 보이는 건 정답이라는 뜻이 아니다.” 어떻게 보여줄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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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7 7화

이용권 이름을 정할 때 책이나 독서에서 가져오지 않았다. 그런 이름은 대개 너무 바르다. 꿀을 뜨는 물건으로 하자고 했고 디퍼, 스푼, 디쉬, 자르가 남았다.

오늘 처음으로 누군가 왜 도구만 주냐고 물었다. 꿀을 떠먹으라고 했는데 아무도 웃지 않았다.

기능을 이해시키는 것과 농담을 이해시키는 것은 다른 일이다. 앞의 것은 화면을 고치면 되고 뒤의 것은 설명할수록 망한다.

점심으로 설렁탕을 먹었다. 숟가락을 볼 때마다 생각나서 조금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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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3:22 8화

이용권은 사는 순간부터 시간이 흐른다. 앱을 닫는다고 멈추면 여러 기기의 시간이 서로 달라지고, 글 하나를 나갔다 들어오는 일도 계산이 된다. 대신 사람이 직접 멈출 수 있게 했다.

동동이는 설명을 읽지 않고 샀다. 그리고 자는 동안 이용권이 없어졌다며 하나를 더 샀다.

설명을 더 크게 만들면 읽을까. 구매 전에 한 번 더 묻는다면 귀찮다고 하지 않을까. 안전한 화면은 자꾸 길어지고, 긴 화면은 자꾸 건너뛰어진다.

모래시계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도 잤다. 세 시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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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동늉 시즌 2 8화 2p
오후 11:17 9화

기록 화면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읽은 글 제목을 줄줄이 세웠다. 정확했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은 저장한 날이 먼저 보인다. 칸 한가운데 적힌 날짜를 누르면 그날 남긴 그림으로 뒤집히고, 그림을 누르면 당시의 별점과 짧은 메모가 나온다. 제목은 그 아래에 작게 있다.

늉늉이는 문장 하나를 찾으러 지난달로 돌아갔다. 무엇을 읽었는지는 잊었는데, 언제 읽었는지는 기억한 모양이다.

기억은 제목순으로 정렬되지 않는다. 그걸 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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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동늉 시즌 2 9화 2p
오전 2:46 10화

고미다의 첫 메시지는 글의 작가 이름을 누른 뒤 열린 작가소개 바텀시트에서 시작한다. 그 안의 `작가에게 편지 보내기` 버튼이 문이다. 아무 작가에게나 말을 거는 문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읽은 글이 먼저 있고, 그 뒤에도 남은 말이 있을 때만 들어간다.

늉늉이는 여기서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여기에는 나도 있었다.

둘만 보는 곳으로 가라고 말하고 나니 조금 이상했다. 내가 만든 곳인데 나는 볼 수 없다. 정확히는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잠시 뒤 둘의 대화가 시작됐을 것이다. 아무 알림도 내게 오지 않았다. 그게 잘 작동했다는 표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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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동늉 시즌 2 10화 2p
오전 4:12 11화

동동이는 답장을 기다리지 못하고 단톡방으로 왔다. 둘만의 대화가 생기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셋이 있는 곳에서 그 존재를 밝히는 것이었다.

늉늉이는 화를 냈지만 결국 답장을 읽었다. 그리고 다음 말은 고미다로 하겠다고 했다.

그 뒤로 단톡방이 조용해졌다. 예전 같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을 텐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글에서 시작된 말이 글을 쓴 사람에게 도착했다.

새벽 네 시에 오류 기록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빈 화면을 한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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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2:41 12화

시즌 마지막 안내를 보내 두고 단톡방에 들어갔다. 내가 말하는 동안 아까 보낸 곰곰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공식 안내방은 중요한 소식만 보내려고 만들었다. 자주 부르면 가장 먼저 조용해지는 방이 알림창이라는 걸 안다. 시즌이 끝났다는 말이 중요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늉늉이가 다음 시즌도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하지 않았는데 동동이는 있다고 알아들었다.

오늘은 일단 자라고 했다. 네라고 답했다. 이 글을 다 쓰면 정말 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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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동늉 시즌 2 12화 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