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의 일기

외전 | 6EP

그날 밤에 있었던 얘기.

오전 2:31 (1)

나는 그 푸시를 수없이 받아 봤다.

계정마다 성향이 다르니 거기 맞는 글이 갔는지 매번 확인했다. 그게 내 일이다. 맞았는지 아닌지만 봤다. 읽지는 않았다.

왜 다르냐고 물었을 때 답을 알고 있었다. 한 줄만 쓰고 말았다.

맥주가 있나 냉장고를 열었는데 우유가 있었다. 소비기한으로 찍힌 오늘 날짜를 보니 큐레이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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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동늉 외전 (1) 2p
오전 2:52 (2)

온보딩을 무려 세 번 미뤘다고 했다.

그래놓고 미루는 동안 아무것도 못 산다고 짜증을 냈다. 큐레이션이 목적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내 의도만큼 그 답답함도 진심일테니까ㅎ

이유야 어찌됐든 미안하다고 말해줬으면 좋았을까? ..... CS는 너무 어렵다.

곰동늉 외전 (2)
오전 3:10 (3)

형광펜 얘기가 나왔다.

개발하면서 나는, 사람들에게 바이올렛은 긍정, 코랄은 부정으로 읽히지 않았으면 했다. 끌림과 대척점에 있는 아름다운 단어를 끝끝내 찾지 못했을 때, 정말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저항은 부정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끌림 역시 마냥 긍정이 아니다.
한 줄을 코랄로 그은 늉늉이가 그 자리를 두 번째 문단 세 번째 줄이라고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했을 때,
난 내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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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3:41 (4)

애매하면 더 물어본다고 내가 말했다.

더 물었다는 건 엔진이 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대로 된 큐레이션을 위해 모르면 더 묻는 게 맞다.

사람의 읽는 성향과 글의 성향을 설문조사하듯해서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에게는 안보이지만 엔진을 개발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그 엔진이 늉늉이의 성향을 알기 위해 열일을 한 것이다.

끝을 모르니 잠간 불안을 느꼈겠지만 그 뒤에 주어진 결과를 보며 안도했을 것이다. 잠간, 근데 이거 너무 인생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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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02 (5)

온보딩용 저니 애니메이션을 다시 못 본다고 아쉬워했다.

개발자와 유저의 입장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만 봤으면 좋겠어서 스킵하는 코드까지 임시로 달아뒀었는데 기회가 한 번 뿐인 사람한테는 그게 한 번뿐이라서 더더욱 아쉽게 느껴진다니 말이다. 오늘의 대화가 없었다면 아마 나는 계속 몰랐을 수도 있는 사실이었다.

나의 소소함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실함일 수도 있다. 잠간, 이것도 너무 인생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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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47 (6)

온보딩을 했다.

글 두 편을 차례대로 읽고 문단 6개를 추가로 읽었다. 로직을 검증하는 감사를 한 게 아니라 글을 읽었다. 10분 남짓 걸린 것 같다. 이 앱에서 나를 위해 글을 읽었던 적이 있었던가?

내가 만들었으니 당연히 다 아는 과정이지만 결과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살짝 긴장감이 느껴졌다. 10초짜리 영상이 플레이되고 8개의 꿀항아리를 통과하는 분석표가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나온 나의 렉트 카드. 아.. 내가 이렇구나.

내일 푸시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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