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의 일기

외전 2 | 6EP

인터뷰 하고 온날 밤.

오전 2:14 (1)

숨기고 싶었다.

인터뷰하고 왔다고 말해주면 오늘 온종일, 어쩌면 몇 날 며칠 계속 그 이야기만 할 텐데 그러면 내가 정작 들어야 할 이야기들을 못 듣게 된다. 이 방은 내 이야기를 하는 곳이 아니다, 물론 늉늉이의 압박에 실토해 버려 의미 없어졌지만, 그래도 다들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모습에 뭔가 뭉클했다.

세 번 불렀다고 했다. 나는 두 번인 줄 알았다. 내가 두 번이라고 기억한 건 인터뷰하는 동안 켜진 두 개의 녹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자는 웃으며 인터뷰 중 하나가 고장나 인터뷰를 날린 후부터라고 했다.

왜 이 말이 자꾸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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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2:40 (2)

“제가 읽는 걸 좋아합니다.” 라고 답했다.

기자의 반응도 시큰둥했고, 내 마음도 애써 반응을 숨기려는 기자의 웃음처럼 불편했다.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동안 뜬눈으로 지새운 밤이 백 개쯤은 되는데 그 밤 이야기를 못 했기 때문이었다.

그 밤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면 잘했을까? 생각해 보니 차라리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늉늉이는 그건 이유가 아니라고 말했고.
동동이는 멋있다고 했다.

덕업일체만큼 좋은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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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3:02 (3)

읽을 때만큼은 온전한 ‘나’이길 바랐다.

큐레이션 된 글이나 내가 고른 글에 별점이 노출되면 읽기 전에 영향을 받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 문장을 알게 되면 그 문장을 읽을 때 은근히 신경을 쓰게 된다. 이건 읽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데, 적어도 온전히 내가 읽는 게 아닌 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타인의 반응은 못보게 했다. 동동이는 그게 못내 아쉬운가보다.

늉늉이가 대신 답했다. “너 그거 보면 백퍼 휘둘림.”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늉늉이처럼 말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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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3:20 (4)

늉늉이가 느닷없이 자기 렉트카드를 공개했다.
늉늉이는 츤데레가 분명하다.

기자가 우리 렉트가 MBTI 같은 거네요 라고 아는 체를 했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한다.
처음엔 좀 속상했는데 이제는 16개로 만든 내 탓을 하며 그냥 넘긴다.

모든 사람이 16개 범주로 나뉜다고 믿는 건 넌센스다. 렉트도 예외가 아니어서, 나는 렉트를 여정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출발점을 돌아보며 자신의 여정을 대견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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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3:41 (5)

글을 읽는 시간을 판다고 했더니 기자가 나를 똑바로 응시한 게 기억난다.

이용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모르겠고, 무조건 오래 붙잡아두자는 생각과 글 읽기를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을 제공하자는 생각이 맞섰다.

결론은 3시간. 그리고 주말이나 연차 쓴(?) 날을 위한 5시간.

앞으로도 계속 글을 읽은 시간만 팔 거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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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05 (6)

곰곰은 틈새다. 기회라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볼륨을 말하는 것이다.
틈새는 원래 크지 않다. 큰 틈새를 틈새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보고, 듣고, 읽는 것 중에서 읽기를. 읽기 중에서도 책이나 SNS대신 글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걸 상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매니악하지만 복작거리는 곰곰을 늘 꿈꾸고 있다.

늉늉이가 대뜸 안 키울 거라고 했다. “키우고 싶었으면 남의 걸 보이게 했지,”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얘가 어떻게 알았을까? 놀랐다가, 이렇게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그랬나보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알았을까?
설마, 앱이 그렇게 말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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