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의 일기

곰곰을 만들면서 씁니다.

오전 1:40 1화

방을 만들었다. 초대할 사람을 고르는 데 이틀 걸렸다.

한 명은 나를 알아봤고, 한 명은 나가도 되냐고 물었다. 나가도 된다고 말하려는데 다른 한 명이 말렸다. 덕분에 셋이 됐다.

작가라고만 했다. 거짓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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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3:12 2화

낮에 조용한 걸 들켰다. 회사에 있었다고 했다.

언제 자냐고 묻길래 대답하지 못했다. 새벽 세 시에 이걸 쓰고 있으니 대답할 말이 없는 게 맞다.

내일은 좀 자야지. 매일 이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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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2:05 3화

동동이가 자기 결과를 자랑했다. 맞다고 말해버렸다.

읽어봤으니 아는 건데 아는 티를 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아니면 눈치채고 넘어가 준 걸 수도 있다.

하루에 한 번씩 이런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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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48 4화

늉늉이도 결국 했다. 안 한다더니.

시무룩해하길래 좋은 거라고 했다. 진심이었는데 말이 길어졌다. 길어지면 티가 난다.

그래도 그 얘기는 하고 싶었다. 읽다가 딴생각이 나는 건 글이 자기 얘기로 바뀌는 거라고. 만들면서 제일 오래 붙잡고 있던 문장이다.

오늘은 조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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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9 5화

오늘도 못 썼다. 퇴사하라는 말을 들었다.

웃었는데 조금 진지하게 생각했다. 쓸 시간이 생기면 쓸 얘기가 없어진다. 이건 변명이 아니라 진짜다. 아마도.

회의실 불 끄고 나오면서 오늘 대화를 다시 읽었다. 그게 오늘 제일 좋았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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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2:50 6화

밑줄 얘기가 나왔다. 써봤냐고 묻길래 네, 하고 답했다.

너무 빨리 답했다. 늉늉이가 바로 걸고넘어졌다. 뭐냐고 묻길래 다음에요, 라고 했다.

요즘 이 말을 너무 자주 쓴다. 언제까지 다음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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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2:14 7화

어제 고쳤어요, 라고 말해버렸다.

말하고 나서 삼 초쯤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고쳤다고 하더라고요, 로 주워담았는데 아무도 안 믿었다.

늉늉이가 마지막에 한 줄을 남겼다.

이 사람 뭐지

나도 궁금하다. 왜 아직 말을 안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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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2:33 8화

말했다.

세 번 지웠다가 결국 보냈다. 뜸 들이는 동안 늉늉이가 길다고 했다. 그 한마디에 오히려 보낼 수 있었다.

동동이가 창피해했다. 그동안 나한테 앱 설명을 해줬으니까. 미안한데 웃겼다.

왜 말 안 했냐고 물었다. 알면 진짜 얘기를 안 할 것 같아서라고 했다. 그건 진짜다.

믿어줄게요, 라는 말을 오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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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5 9화

늉늉이가 이름을 부르며 반말을 했다. 안 바뀌었네, 라고 했다.

동동이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다가 혼났다. 그러다 자기도 반말을 해보더니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왜 저만 안 돼요, 라고 했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늉늉이는 되고 동동이는 안 된다.

셋의 자리가 오늘 정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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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2:22 10화

글을 쓸 수 있냐고 물어왔다. 아무나는 아니고 누구나요, 라고 답했다.

이 문장은 초대 화면에 넣으려고 반년을 고친 것이다. 대화에서 써보니 잘난 척처럼 들릴까 걱정했는데, 동동이가 못 알아들어서 살았다.

신청하면 제가 읽어요, 라고 했다. 야근하는데 그것도 읽냐는 말을 들었다.

읽는다. 그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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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2:40 11화

동동이가 신청서를 냈다. 어제 새벽에 썼다고 한다. 나랑 같은 시간에 깨어 있었던 셈이다.

이미 읽었다고 했더니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늉늉이가 어땠냐고 물었다. 동동이한테 먼저 말하겠다고 했다. 남의 글을 남한테 먼저 말하지 않는 것, 제일 처음 정한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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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33 12화

늉늉이가 자기는 안 쓸 거라고 했다.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읽기만 할 거야, 라고 했다. 그것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왜 자꾸 쓰라고 하냐고 해서 안 했다고 했다. 정말 안 했다.

쓰라고 하지 않는 게 전부다. 읽는 사람이 훨씬 많고, 그 사람들이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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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58 13화

또 야근. 뭘 준비하냐길래 다음 달에 말하겠다고 했다.

저번에도 그러다가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 라는 말을 들었다. 학습이 빠르다. 믿음이 안 간다고도 했다.

이번엔 진짜다. 날짜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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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2:47 14화

동동이가 됐다. 어제 연락이 갔다.

왜 뽑았냐고 묻길래 글에 계속 같은 얘기가 있더라고 했다. 본인은 모르는 것 같았다.

무슨 얘기냐고 물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직접 찾으라고 했다. 늉늉이가 얄밉다고 했다.

알고 있다. 그래도 말해주면 그건 내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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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3:20 15화

늉늉이가 새벽에 말을 걸었다. 자냐고 물었다.

내 글을 읽었다고 했다. 두 번 읽었다고. 좀 그렇더라, 까지 듣고 한참 아무 말도 못 했다. 뭔가 알 것 같은데 물어보면 안 되는 순간이 있다.

울었다고 했다. 마지막 문단이라고 했다.

거기 세 번 고쳤다. 잘 안 써져서. 그 얘기만 하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여기 단톡방인데.

오늘은 이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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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12 16화

다음 주에 문을 연다고 말했다.

퇴사 안 하길 잘했다는 말을 들었다. 오 주 전에 퇴사하라고 한 사람이 한 말이다.

동동이가 섭섭하다고 했다. 이제 자기 글도 누가 읽을 거라며 떨린다고 했다. 처음에 팬이라고 했던 애가 읽히는 쪽이 됐다.

늉늉이가 이제 안 나와도 되냐고 물었다. 읽기만 해도 된다고 했다. 지난달에 했던 말이라 반박을 못 했다.

셋이서만 있던 방이 이제 열린다. 조금 아깝고 많이 기다렸다.

읽으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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